올해 새롭게 보이는 C 대리와 J 과장과 J 차장.
세 사람이 가지는 공통점은 역시나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별로였다는 것이다. 첫인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두는 편은 아닌데 세 사람은 정말 정말 별로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연히 말을 섞거나 술자리를 가지면서 그들의 진솔한 면과 남들과
다른 탁월한 면을 발견하게 되면서, 남들에게서 들었든 혹은 그저 가볍게
지나치며 쌓았던 편견과 오해들이 점점 옅어지면서 내가 참 옹졸했구나 싶은 게
낯이 뜨거울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C 대리,
그녀는 여자다.
회사에서 QC 업무를 담당하는 그녀는 경상도의 대도시 출신으로 다정다감한 말투를 가지지
못했고 현재도 그렇다. 게다 그녀의 업무가 다른 팀과 부딪치는 일이 잦은
일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꽤 좋지 않은 평을 받는다. 간혹 업무로
마주칠 때면 그녀가 협조나 양해를 구하긴 모양새를 취하긴 하는데 그게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고 형식적으로 보여 내심 역시나 싶은 게 탐탁지
않았다. 거기에 투박(?)한 말투까지.
그러다 내가 팀을 옮기게 된 올
7월부터 원치않게 같이 일하게 되었다. 내겐 참 불편한 일이었으나 사람을 가려
일할 처지는 아니었던 탓에 잘해보자 굳게 마음을 먹고 함께 일을 시작했다.
QC 업무를 하는 그녀는 일하는 내내 입이 댓 발은 나와서 툴툴대기 일쑤였는데 그녀의 불만은 대부분 업무 프로세스와 PM 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1
였다.
QC 업무를 진행하려면 해당 제품의
기획서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문서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걸 제공해
주지 않는다거나,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지 않은 채로 PM이 마구잡이로 일정을
강요하거나, 퇴근이 임박해 문제점을 수정해줘 원치않는 야근을 해야만 하는 등 온당치
않은 업무 진행에 대한 불만이다. (이런 문제를 수월하게 하려면 사내 정치를
통해 풀어야 하는데 그녀는 정치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그저 볼멘소리로 치부했는데 직접 업무를 맞닥뜨려 보며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신기하게도 그녀의 투덜거림이 이해가 되더라. 어쨌든 --삐쭉대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테스트 업무를 열심히 했고 테스트 결과를 정리하고
해당 팀에 넘겨주는 일까지 거짓말 약간 보태 정말 완벽하게 해내곤 했다.
+20점
얼마 전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어 그녀에게
"나는 당신이 참 별로였는데 겪어보니 정말 다르게 보인다." 며 추켜세우니 그녀가 "나도 당신이 참 별로였어요." 라며 화끈하게
응수하더라. 그날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술자리를 가졌고 함께 자리했던
누군가가 '잡채가 먹고 싶다.' 라는 소리에 요리를 잘한다는
그녀에게 잡채를 해내라고 생떼를 썼고 결국 그 잡채는 우리 집에서
만들어졌다. ☞,☜ +20점
다음 날, 예비군 훈련을
가던 중 내가 큰 사고2
를 내게 됐다. 차는
반쯤 걸레3
가 됐는데 하늘이 도운 탓인지 찰과상을 빼고
큰 부상이 없었다. 팀장님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나서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견인한 공장에서 망가진 내 차 사진을 찍을 즈음 그녀에게 걱정이 가득한
문자가 왔다. 차 사진과 함께 괜찮다는 답장을 했는데 몸조리 잘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고맙기도 하고 그녀도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더라. +20점
이런저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처럼 멍청한 일은 없다는 걸 깨닫고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다는 걸 배우는 요즘 참 즐겁다.



